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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한국의 블루마운틴을 꿈꾸는 가학광산에 가보니

쿵쿵쿵, 울림이 남다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 공연장 치고는 좀 으스스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여기는 동굴 속. 그것도 40년 전 폐광된 광산 속입니다.

폐광? 그럼 여기는... 강원도인가? 어디, 태백? 정선? 아니, 왜 경기도 블로그에서 그 멀리 강원도까지 갔대요 그래?
아, 이 양반. 성질 급하시긴. 누가 강원도까지 갔다 그래요. 여기 경기도에요, 경기도 광명.
오잉? 뭣이라고? 경기도에 광산이 있었단 말이야?

그러니까요. 그렇더라구요. 여기는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가학광산. 정확히는 가학폐광산입니다. 1972년 광업을 중단했거든요. 긴가민가했는데 살짝 열린 문틈으로 동굴의 음산한 포스가 마구 풍깁니다. 어우, 진짜 경기도에도 광산이 남아있었네.

지난 3월 20일, 경기도는 이곳 가학광산에서 ‘찾아가는 실국장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동굴 속에서 하는 회의라, 이색적인데요. 이곳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 걸까요?

가학광산은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 그러니까 1912년에 시흥광산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였던 당시에 일본인들에 의해 운영되었던 가학광산은 우리나라가 해방된 뒤, 경방산업에 의해 인수되었는데요. 소량의 금을 비롯하여 은과 구리, 아연 등을 채굴했다고 하더군요.

당시 가학광산의 명성은 대단했다고 합니다. 실제 1955년부터 1972년까지 채굴된 광물을 살펴보면 금은 52kg으로 적지만, 은 6.070kg, 동 1,247톤, 아연 3,637톤으로 그 양이 상당한 걸 알 수 있죠.

그러다 1972년, 대홍수로 인해 광산의 광물찌꺼기들이 물에 휩쓸려 근처 논, 밭으로 유입된 후 보상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서 문을 닫았습니다. 폐광된 지 40년, 하지만 가학광산은 풍요로웠던 보물 동굴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디 한 번 들어가 볼까요?

가학광산은 작년 2011년 9월부터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전 공사를 위해 잠시 문을 닫았던 11월까지 3개월 동안 무려 14,000여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왔다고 하니 가학광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알만 하죠?

안전 공사가 일단락 된 가학광산은 지난 3월 17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지금은 오전 10시부터 11시,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광산 안을 들어가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문화해설사가 갱도현황을 설명해주고, 직접 답사도 해준다고 하니 아이들에게도 좋은 체험 장소가 되겠네요.

광산 안의 길이는 약 7,8km. 채광을 위해 파놓은 50개 동공(광물 채취를 위해 파놓은 굴)의 길이를 모두 더한 것인데요. 이중 관광객들은 약 1.3km의 갱도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우워.

사회 교과서에 실릴 만큼 명성이 높았다던 가학광산. 안에 들어가 보니 그 규모가 몸으로 직접 느껴지더군요. 길이도 길지만 깊이가 275m나 된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아래로 아파트 9층 정도의 깊이가 있다고 보면 된다는 말에 동굴은 더 거대해진 기분이네요.

갱구의 초입에는 길옆으로 물이 흐르고 있었는데요. 현재 광산 안에는 90톤 이상의 물이 있다고 하더군요. 근처 애기능 저수지 3배에 달하는 양이라는 말은 오랜 시간을 지나온 광산을 생명력 있는 현재의 공간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아니나 다를까. 길게 이어진 갱구의 보이지 않는 끝을 찾고 있노라니 이 안에서 광물을 캤을 광부들의 모습이 절로 떠올려 지더군요. 햇빛이 들지 않는 어두컴컴하고 습한 동굴, 동굴 안을 울리는 곡괭이와 드릴 소리에, 언젠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싸우며 일을 했을 그들의 검은 얼굴이.

실제 가학광산에서 채취한 광물입니다. 금과 은, 구리와 아연이네요. 광물에 돋보기를 대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전시해두었습니다. 실제 광물을 눈으로 보니, 어쩐지 곡괭이라도 다시 손에 쥐어야 할 것 같은 맘이 살짝 들더구만요.

동굴 답사를 마치고 사람들은 한 거대한 동공 안에 모였습니다. 본격적인 실국장회의가 시작되기 앞서 서라벌대학 박동화 교수의 재즈밴드가 기념 공연을 가졌는데요. 재즈로 편곡된 경기도가(家) ‘난 여기에 있네’에 이어 ‘사랑으로’와 ‘댄싱퀸 (Dancing Queen)'가 연주 됩니다. 매력적인 재즈의 선율이 동굴 안을 가득 매우고, 음표는 동굴 속을 통통 튀어 다니네요. 어느 샌가 사람들은 두 발로 박자를 맞추기 시작. 동굴 속 콘서트,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그런데 이 광산 동굴의 콘서트. 한 번으로 끝날 기념행사가 아닙니다. 이곳 가학광산이 동굴 테마파크 '광명케이번월드'로 변신할 예정이거든요. 오늘 찾아가는 실국장회의가 가학광산 동굴 속에서 열리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경기도와 광명시, 경기관광공사가 이곳 가학광산을 세계적인 동굴 테마파크로 만들어나가자는데 힘을 합하기로 한 것이죠.

KTX 광명역과 5분, 서울 여의도와 30분, 인천 국제공항과는 30분의 거리에 있는 가학광산의 위치는 관광지로 개발하기에 최적의 교통 조건을 가졌습니다. 가학광산은 경기도에서는 유일하게 광산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훌륭한 문화유산이 되어주는 데다가 석회규산염암 및 편암 등 견고한 재질로 형성되어 안전상으로도 유리하다는 것도 큰 장점. 실제로 채굴을 했던 60년 동안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광명시는 광산 내 레일바이크를 설치하고, 갤러리와 공연장, 4D 영화관 등을 마련하여 동굴이 거대한 문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 뿐 아니라 광산 밖에도 자전거도로, 암벽등반장, 짚 와이어, 조각공원 등을 설치하고, 동굴 과학 캠프 등을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자연과학 체험공간으로, 시민들에게는 이색적인 테마 관광지로 만들어 가겠다는 야심찬 결심을 밝혔습니다.

광산 옆 가학산에 올라가 내려다본 전망입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인천 앞 바다까지 보인다고 하더군요. 이 곳 역시 짚-와이어와 암벽 등반장, 등산 코스로 개발할 수 있겠다는 의견들도 오고 갑니다. 이 전망을 바라보며 쇠줄에 몸을 매달고 100키로의 속도로 날아가는 상상을 잠시 해봅니다. 으악. 찌릿찌릿하군요.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호주의 블루마운틴은 폐광을 활용해 관광지로 만든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 있는 ‘궤도열차’는 세상에서 가장 가파른 관광열차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는데요. 이 궤도열차가 바로 1880년대, 석탄과 탄광광부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설치된 것이라고 하는군요.

테마파크는 내년 말 일부 개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광명의 가학광산, 과연 한국의 블루마운틴이 될 수 있을지, 세계 속에 우뚝 설 동굴 테마파크 '광명케이번월드'의 내일을 기대하고, 또 응원해 봅니다.

가학광산 개방

개방시간: 오전 10:00~11:00, 오후14:00~15:00
(10분 전까지 광산앞 광장 집결/토 · 일 · 공휴일 포함, 단 명절 연휴 제외)
개방대상: 시민 전체 (10명이상 단체인 경우 사전예약 필요)
개방코스: 가학산 갱도현황 설명, 갱도내부 답사
문의: 광명시 공원녹지과 02-2680-6461


글?사진 전로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