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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신의 선물' 재스민축제로 떠난 봄마중 나들이

2010년, 튀니지의 한 젊은 청춘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이고 스러져 갔습니다. 그의 나이는 스물여섯, 노점상에서 야채를 팔던 그는 부패한 경찰의 부당한 단속으로 생존권을 위협받자 스스로의 몸을 태움으로써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튀니지의 반(反)정부 투쟁은 2011년,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결국 24년 동안 독재정치를 하고 있던 벤 알리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함으로써 백기를 들었습니다. 결코 일어나지 않을 듯 했던 민중들의 승리가 이루어지 것이죠. 이 민주화 항쟁은 튀니지에 이어 이집트, 리비아 등 다른 나라에도 퍼져나갔고 수많은 정변과 개혁을 이루어냈습니다.

튀니지의 작은 도시에서 울려 퍼진 스물여섯 청년의 외침이 아랍에 봄을 가져다 준 셈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맞이한 봄에, 튀니지를 상징하는 꽃의 이름을 붙여 주었죠. 그것이 바로 ‘튀니지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재스민 혁명 Jasmine Revolution’입니다.


작고 여린 꽃잎을 지닌 재스민이 혁명의 이름이 된 것은 어쩐지 우습게도 들리는데요. 하지만 재스민이 진한 향기를 멀리까지 은은하게 내는 꽃이라는 걸 기억해보면 꼭 우습지만도 않아요. 그 어느 꽃보다도 먼저 피어, 향기를 뿜어내는 재스민은 튀니지 사람들에게 자유를 선물하고, 아랍의 여러 나라에도 봄을 가져다 준 젊은 청년과도 어쩐지 닮은 듯합니다.

올해는 봄꽃이 조금씩 늦게 핀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너무 추워요. 봄은 대체 언제쯤 오실는지. 이제 봄인가 싶었는데 흰 눈이 펑펑 오질 않나, 따뜻해졌다 싶었는데 또 찬바람이 쌩쌩. 봄꽃도 지금이 필 때가 아닌가 헷갈릴만하죠.

그런데 이곳에 진한 재스민 향으로 늦어지는 봄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곳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바로 포천의 허브아일랜드.

국내 최대 허브정원으로 세계 각지에서 온 약 1,800여 종의 허브가 모여 있어 ‘허브나라’라고 불리기까지 하는 포천 허브아일랜드에서 3월 한 달 동안 재스민 축제를 연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는데요.

때는 마침 이도 썩게 하고, 살도 찌우는 나쁜 먹을거리인 사탕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민폐를 끼치는 날이라는 화이트데이. 이른 봄맞이 나들이에 나선 많은 커플들이 보이더군요. 사탕이라고는 성당친구에게 받은 마음의 양식 ‘말씀사탕’이 전부인 저, 심히 불편하고도 불쾌한 심경으로 허브아일랜드의 핵심부인 ‘허브식물 박물관’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박물관 문을 연 바로 그 순간, 달콤하고 진한 허브향들이 뒤섞여 제 몸을 휘감고, 그걸로도 모자라 몸 속 깊이 후욱 마셔지네요. 그러더니 급 심신의 안정이 찾아옵니다. 아, 건강해지는 기분, 이것이 바로 허브의 힘인가! 그리고 절로 따라오는 한 마디.

“아, 봄이다.”

허브식물들을 위해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는 박물관 안은 봄기운으로 가득합니다. 더구나 갖가지 허브들이 뿜어내는 그윽한 향은 먼 길 달려오느라 지친 몸과 커플들로 인해 다친 마음까지 모두 어루만져 주더군요.

그리고 재미까지 준 이 한 마디.

먹지 마세요, 눈코에 양보하세요.

잠시 봄기운을 만끽한 후, 오늘의 주인공 재스민을 한 번 찾아나서 봅니다. 그런데 사실, 친숙한 느낌이긴 한데 재스민이 어떤 식물인지는 아는 바가 없네요.


아하, 그렇군요. 놀라운 것은 재스민은 그냥 재스민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 재스민 jasmine 은 재스민속 jasminum 에 속하는 식물을 총칭하는 말로 그 종류가 무려 20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하더군요. 그 이름도 숲 재스민, 청포도 재스민, 프린세스 재스민, 인디언 재스민, 별모양 야생 재스민, 보통 재스민, 난쟁이 재스민, 시인의 재스민 등... 다양하기도 합니다.

재스민 축제라 하여 혹시 그 다양한 재스민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지 그렇지는 않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만 다양한 허브들 사이에 숨어 있는 재스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나쁘지는 않더군요. 허브식물 박물관 안에는 아라비안재스민, 옐로재스민, 야래향재스민, 오렌지재스민, 하와이안 재스민 등이 눈썰미 좋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중 제가 찾은 몇몇 재스민들을 공개하겠습니다! 아라비안재스민, 화이트재스민, 야래향재스민입니다.


응? 어디 갔어, 이거?
재스민 꽃 다 어디 갔어, 어디 갔어?


꽃잎은 아직 보이지 않는 재스민들도 많더군요. 아직 피지 않는 녀석들도 있구요. 그래도 몇몇 재스민들은 새초롬한 꽃잎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학재스민, 오렌지재스민, 동백재스민, 그리고 이름모를^-^;; 재스민이네요.


예쁘죠?
곳곳에 재스민의 효능과 이용 방법, 재스민 키우는 법 등에 대해서도 설명이 걸려 있습니다. 그 중에서 재스민의 효능을 한 번 보면...

1. 호르몬 균형 조절 기능
2. 신경 안정 기능
3. 체내 기름기 배출 기능
4. 목 보호 기능
5. 피부개선 효과
6. 모유 촉진 기능

이거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인데. 재스민의 꽃말이 ‘신의 선물’이라던 말이 이해가 가네요. 이렇게 몸에 좋은 재스민은 꽃차, 티백차, 화장품, 향초, 방충제, 세탁 향균제 등으로 이용되는데요. 이용방법도 참 다양하네요.

재스민 뿐만이 아니라 모양도, 색도, 향도 다른 허브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더군요. 사실 허브라곤 로즈마리와 페퍼민트, 그 정도밖에는 몰랐던 무지한 저였으니까요.

그런지라 처음에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일일이 허브의 이름을 함께 메모해두던 저, 어느 순간 자연스레 포기하게 되더군요. 푸른 이파리들만 무성할 줄 알았던 허브의 눈부신 자태들, 함께 보실까요?


허브식물박물관 바로 옆에는 꽃가게가 있어 예쁘게 핀 허브들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3~4,000원의 저렴한 화분부터 제법 값이 나가는 허브들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더군요. 꽃잎을 볼 수 없어 아쉬웠던 허브들의 꽃구경만으로도 눈이 즐겁습니다.

꽃가게에서 나와 구석구석 어슬렁거리다 옛날 군것질거리들을 파는 추억의 가게를 발견, 사탕 대신 나를 위한 쫀드기를 구입합니다. 아, 오랜만에 느껴보는 쫀쫀한 이 맛. 바로 이 맛이야. 근데 왜 눈물이 나지?


그밖에도 허브아일랜드 안에는 갖가지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등이 다양하게 어우러져 있어 가족들이 함께 체험학습을 오기에도 매우 적당한데요. 마침 경기관광공사에서 뽑은 3월의 추천여행이 바로 가족체험여행! 허브아일랜드도 그 안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더군요. 주 5일 수업이 되면서 토요일에 적당한 체험학습이 없나 고민하셨던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아, 허브아일랜드의 재스민 축제에서는 재스민 시음, 재스민 3행시 짓기, 재스민 학습 등 다양한 이벤트들도 마련되어 있답니다. 아, 재스민 축제 기간 동안 재스민 제품은 10% 할인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팁! 겨울 축제인 '불빛축제'도 4월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늦은 시간 가시는 분들은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구요. 주말에는 라틴댄스, 밸리댄스, 전자 바이올린 등 재미난 공연들도 준비되어 있다고 하네요. 더 건강하고 즐거운 봄마중 나들이 다녀오시길 바랄게요.

포천 허브아일랜드 재스민 축제
기간: 3월 한달 내내
위치: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심정리 517-2
문의: 031-535-6494
홈페이지:
http://www.herbisland.co.kr/


글 사진 전로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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