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남자 환자가 보호자인 남동생에 이끌려 정신과 병원을 찾았다. 동생이 말한 바로는 형은 홀로 살아오면서 오래전부터 폭음하였다.「 종종 발동이 걸리면」밥도 안 먹고 방에 틀어박혀 술만 마시곤 했다. 한 달 전 쇠약해져 헛것을 보고 횡설수설하더니 잘 걷지도 못하게 되자 동생이 억지로 내과에 입원시켰다. 진단은 알코올성 간질환, 철 결핍성 빈혈, 그리고 베르니케 뇌증이었다. 동생은 형이 20대부터 술을 마셨다고 했다. 나이 들어서는 기억 못 할 정도로 마시는 일도 잦았다. 10여 년간 가족과 연락을 끊은 채로 지내다가 4년 전 다시 가족 앞에 나타났을 때는, 이미 술 문제가 심각해져 있었다.
동생은 형이 지난 한 달간 술을 끊고 치료를 받았는데도 여전히 걷지 못하고, 기억도 오락가락인 점이 걱정이었다. 그러면서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술 안 마실 땐 멀쩡했었으니, 시간이 지나고 술독이 빠지면 형이 원래 모습을 되찾으리라 믿는 듯했다. 안타깝지만 동생의 기대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경 손상이 도를 넘어서면, 술을 끊고 치료를 받아도 원래 제 모습을 되찾기 어려워진다. 환자는 아직 젊고 당뇨나 고혈압 등의 질병도 없고 머리를 심하게 다치거나 뇌수술을 받은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중추신경은 단기간에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져 버렸다. 알코올이 벌인 일이다. 이 사례는 알코올이 뇌에 영향을 주어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들을 보여주고 있다.
신경세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티아민(thiamine)이라는 비타민이 필요한데, 알코올이 티아민 공급을 방해한다. 특히 연속으로 음주하면서 식사를 소홀히 하는 경우, 티아민이 고갈되어 신경 파괴가 일어난다. 뇌의 특정 부위에 손상이 생기면, 눈 떨림, 안구 마비, 걸음걸이 장애, 무표정, 의식 흐려짐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데, 이를 베르니케 뇌증이라 한다. 최악의 경우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영영 일어서지 못하게 된다. 코르사코프 정신증은 베르니케 뇌증과 함께 나타난다. 전형적인 증상은 기억 장애인데, 발병 전 수년간의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거나 새로 경험한 일들을 모두 잊어버리는 식이다. 베르니케 증후군은 완전히 회복되기도 하지만, 코르사코프 증후군의 경우 티아민을 보충하는 치료를 받아도 약 20%만이 회복된다.
알코올로 인해 치매가 올 수 있다. 치매는 일상생활을 유지하던 사람이 뇌의 문제로 인해 지적인 능력을 영구적으로 잃어버린 상태이다. 기억력을 비롯해 말하는 능력, 사물을 인식하고 운동하는 능력, 나아가 뇌에서 관장하는 신체의 작동과 유지와 관련된 모든 기능에 장애가 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으로 알려진 노인성 치매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증상이 알코올성 치매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폭음을 일삼는 사람은 간, 췌장, 신장 등 여러 장기의 기능이 떨어져 있고 영양 상태가 좋지 않으며, 갖가지 외상이나 손상의 가능성이 겹쳐 있어, 알코올을 단일한 원인으로 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폭음하는 인구에서 알코올이 연관된 치매 발병률이 높은 것만은 분명하다.
폭음하는 사람은 음주 중이나 갑자기 술을 끊은 직후 환각과 망상을 경험할 수 있다. 만약 오랜 시간 음주하지 않았는데도 환각이나 망상이 지속한다면 알코올에 의해 새로운 정신병이 생긴 것이다. 알코올로 인한 뇌손상은, 이 밖에도 인격의 변화, 불안증, 공포증, 강박증, 불면증, 우울증, 조울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만취되었을 때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알코올이 기억을 만드는 뇌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필름이 끊어진다」. 당시 기억을 되찾지 못하는 점을 제외하고는 후유증 없이 회복된다. 블랙아웃 자체가 치매나 코르사코프 증후군으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없다. 단, 임상에서는 블랙아웃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은 이미 알코올중독(의존)증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 한다.
「적당히」만 마신다면 알코올로 인한 신경손상이나 치매는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뇌에 병이 날 정도로 술을 마셔대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 대부분은 알코올중독자다. 알코올중독은 술을 조절해서 마실 수 없는 병이다. 중독의 증상인 폭음이 반복되면 신경손상과 치매라는 합병증이 올 수 있다. 문제는 그들도 죽음의 길을 가는 내내,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은「적당히」마신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부정의 심리가 스스로 조절력을 잃고 있음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사례의 환자에게 알코올중독이라는 진단을 붙이기는 쉽다. 하지만 누구라도 그가 언제까지 단순한 애주가였고 언제부터 중독자가 되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별스럽게 타고난 사람들이 아니다. 중독의 씨앗은 그렇게 우리 모두에게 있다.
김원 르네스병원 정신과 과장·도봉알코올상담센터장
대한보건협회 '건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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