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리의 정신건강백서 (1)
식이장애 - 왜 우리는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할까?
1월 1일 아침, 수영장과 헬스장은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직장 동기들 사이에서도 댄스가 다이어트에 좋다, 요가나 필라테스가 좋다, 무조건 식사량을 줄여야 한다, 이 방식대로 하면 2주일에 15kg은 거뜬히 살이 빠진다 등 다이어트에 대한 소문과 수다가 끊이지 않습니다. 네티즌 검색어 순위 상위권은 언제나 "연예인 다이어트", "너무 날씬해! 폭풍감량" "아찔한 뒷태, 인형이야 사람이야? 날씬한 몸매 자랑" 등이 차지합니다.
작은 사이즈의 여성의류를 지칭했던 "55"는 점차 "44", "33"에게 밀리기 시작해서, 최근에는 "22사이즈"라는 말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조식품이나 한약 등 다이어트를 돕는 제품들도 끝없이 출시됩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조차 "몸 가꾸기가 유행하고 있는 요즘, 어떤 운동이 인기이다"라는 꼭지가 빠지지 않습니다. 나만 빼고는 전부 다이어트에 열중하는 것 같고, 날씬하지 않다는 것이 죄악처럼 느껴집니다. 이쯤 되면 슬슬 불안해집니다. 친구도 다이어트, 직장 동료도 다이어트, 동생도 다이어트..... 나도, 정말 다이어트 해야 할까? 살 꼭 빼야 하나?
사실 44사이즈, 33사이즈 같은 말은 여성 의류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입니다. "나도 작은 사이즈의 옷을 입을수 있을 만큼 날씬하다!"라는 심리적 만족감을 주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그만큼 사람들이, 특히 여성들이 날씬한 몸매에 집착한다는 얘기겠지요.
좀 더 아름다운 몸매를 가져야 한다는 집착은, 건강한 신체에 대한 추구와는 명백히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하루에도 열두 번 체중계에 올라간 후 식사를 등한시하고 쉴새없이 몸을 움직입니다. 이런 "날씬함"에 대한 잘못된 강박관념은 거식증과 폭식증 같은 식이장애의 원인이 됩니다. 식이장애는 현재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심각한 문제이며, 식이장애를 겪는 환자들 중에는 대학생과 직장인도 많습니다.
거식증이란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라고도 불리는 정신질환입니다. 정상적인 체중 수준을 거부하고 특정한 몸무게에 집착합니다. 위험할 정도로 체중이 감소할 때까지 운동을 멈추지 않으며, 모든 식사를 강박적으로 통제합니다. 거식증을 앓는 환자들은 자신감, 자존심, 만족감 등을 자신의 체형을 통해서 얻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지요. 그들에게 있어 이상적인 신체 이미지란 현재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어떤 "이상적인 날씬함"입니다. 이와 같은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불러옵니다. 뼈의 손실, 무월경 등이 나타나며, 거식증 환자 중 40퍼센트 정도가 2년 내 폭식증으로 진행되고 식이장애에 의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카펜터즈>의 카렌 카펜터가 지속적 다이어트로 발생한 거식증에 의해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으로 사망한, <카펜터즈>의 카렌 카펜터
폭식증은 또다른 형태의 식이장애로, 거식증과 마찬가지로 왜곡된 신체 이미지에 대한 집착이 불러오는 정신질환입니다. 폭식증 환자는 식욕과 체중에 과다하게 집착한 나머지 그 식욕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긴장감, 우울감, 초조함, 좌절감, 지루함 등을 느끼는 순간, 섭취할 수 있는 모든 음식을 섭취하기 시작합니다. 보통 이런 생각들- "오늘 다이어트한다고 아침 점심을 굶었으니까 저녁은 먹어야겠다" "에이, 벌써 이만큼 먹었는데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해야지. 그러니까 오늘 실컷 먹어야지" "이제 돌이킬 수 없어. 한 숟가락만 더" -로 폭식이 출발합니다.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먹으며, 주변 사람들을 피하고 혼자 몰래 먹습니다. 왜냐면 "먹는다"는 것은 이미 "체중 감소"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린, 아주 실망스러운 행동이기 떄문이지요. 따라서 폭식증 환자는 폭식 이후 엄청난 죄책감과 자기 혐오를 느끼며, 때문에 식사 후 억지로 구토를 하거나 이뇨제를 남용하는 등의 지극히 위험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합니다.
뭐가 잘못된 걸까?
여성들을 위협하는 식이장애,
그리고 우리의 근로환경
이처럼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모두 위협하는 식이장애는 유독 10대, 20대 여성들을 위협합니다. 최근에는 남성 환자들도 있고, 초등학생들까지도 다이어트 추구 열풍에 휩쓸려 식이 장애를 앓게 되는 경우도 많지만, 무엇보다 사춘기를 겪는 10대 여성들이나 학교를 벗어나 사회로 진입하면서 인생의 변화를 경험하는 20대 여성들이 식이장애를 경험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왜 여성들이 식이장애의 위협에 시달릴까요? 왜 잘못된 신체 이미지에 집착할까요? 어째서 남들처럼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날씬한 몸매를 갖지 않으면, 아름다워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우리의 근로환경에 그 책임을 조금이나마 물을 수는 없을까요?
식이장애는 결국 "몸에 대한 강박"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공부하고 일하는 주변에서도, 그런 강박을 조장하는 풍토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근로환경에서의 외모지상주의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 한 여대생은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해도 "용모가 준수해야 한다"며 거절당합니다. 키와 체중을 기입할 것을 요구하는 이력서에서 좌절합니다. 거울을 보면 어딘가 부족한 자신의 몸만 보입니다. 불안한 마음에 결국 남들과 마찬가지로 면접을 대비한 성형과 다이어트를 결심합니다. 예쁘지 않으면, 날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은 이러한 근로환경 속에서 여성들에게 강하게 작용합니다. 이런 잘못된 풍토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식이장애의 발병도 감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뚤어진 거울을 버리자
이처럼 외모에 집착하게 만드는 풍토가 불러일으키는 질병. 식이장애는 심각한 정신질환이며, 사소한 계기로 발생할 수 있고 또한 그 환자들은 질병의 위험성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병입니다. 하지만 왜 우리는 먹고 싶은 음식을 맘대로 즐기지 못할까요? 맛있게 음식을 먹는 대신, 이 음식의 칼로리를 걱정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제 우리의 식욕을 왜곡시키고, 이런 심각한 질병을 불러올 수 있는, 신체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려야 할 때입니다. "폭풍감량"이니 "연예인 다이어트"가 검색어 순위를 뜨겁게 달구도록 하는 것을 멈춰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용모 준수"라는 말이 구인광고에 뜨지 않도록 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점차 노력해나가야 하고, 노력하는 만큼 서서히 바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신년 계획을 재점검하며 실천할 수 있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건 어떨까요? 신체를 바라보는 비뚤어진 거울을 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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