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청매실농원(http://www.maesil.co.kr)
춘래불사춘. 봄이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다음주면 4월달인데, 아직은 눈바람이 날리는 3월입니다.
이번 겨울의 여파가 꺽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갑니다. 남녘에서는 화사한 봄꽃 소식이 들려옵니다.
봄을 알리는 꽃 중의 시작은 매화입니다.
전라남도 광양 매화마을에는 매화나무가 가득합니다.
고결함이 느껴지는 매화를 만나러 광양 섬진강으로 향합니다.
이른 새벽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는 4시간여를 달려 광양 매화마을에 도착을 합니다.
매화마을에 도착을 하니, 맑은 바람이 주는 선선함이 좋습니다.
비가 계속 내리는 것이 좀 아쉽습니다.
봄비는 농사를 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는 것이기에 밉지만은 않습니다.
비가 오면서 하얀 구름을 만들어 주고, 구름은 섬진강을 휘감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본 것도 행운이겠지요.
비 오는 것은 이해한다지만 매화꽃이 안 피었네요.
예년 같으면 낙화했을 때 인데,
매화축제기간(올해는 3월 17~25일까지)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찾았는데 말입니다.
이번 겨울이 워낙 추워서, 꽃망울이 늦게 열린다는군요.
하얀 매화꽃으로 뒤덮힌 모습을 상상하면서 왔는데 아쉽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20% 정도 핀 듯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3월 마지막 주말이나 4월 초는 되어야 만개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꽃이 좀 덜 피면 어떻습니까?
꽃이 안 피겠다는 것도 아닌대. 우리가 재촉한다고 빨리 나올 것도 아니겠지요.
여유있게 매실마을을 둘러봅니다.
홍매가 화사하게 피었습니다. 먼저 나와서 부끄럽다는 듯이 붉은 자주빛이 곱습니다.
촉촉한 빗방울이 꽃잎을 닦아주고, 흐릿한 공기를 맑게 만들어주니, 꽃들이 더욱 이뻐보입니다.
매화마을에 있는 청매실농원으로 향합니다. 농원에는 매화나무가 가득합니다.
매화나무 사이사이에는 매화, 섬진강, 꽃 등과 관련 된 시들을 적어 놓았습니다.
사진은 이병기 시인의 '매화' 라는 시 입니다.
외로 더져 두어 미미히 숨을 쉬고
따뜻한 봄날 돌아오기 기다리고
음음한 눈얼음 속에 잠을 자던 그 매화
손에 이아치고 바람으로 시달리다
곧고 급한 성결 그 애를 못 삭이고
맺었던 봉오리 하나 피도 못한 그 매화
다가오는 추위 천지를 다 얼려도
찾아드는 볕은 방으로 하나 차다
어느 뉘(世) 다시 보오리 자취 잃은 그 매화
농원으로 올라가는 길. 아주머니와 할머니들 옹기종기 모여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직접 뜯은 봄나물, 소담스럽게 꽃을 피운 매화나무 등등.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사가려는 관광객들이 무안할 정도로 가격도 저렴하고 싱싱함이 가득합니다.
어느 할머니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네요. 그러면서 곶감 하나를 저에게 주십니다.
할머니의 따뜻한 정까지 덤으로 얻어갑니다.
청매실농원에 장독대가 가득입니다.
농원에는 3천개 가까운 장독대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 장독에는 매실이 가득합니다.
따스한 햇살과 맑은 이슬을 머금고 자란 청매실은
항아리속에서 오랫동안 숙성, 발효가 됩니다.
매화하면 하얗고 순수한 색을 생각하지만, 자세히 보면 하얀색만 있지는 않습니다.
완전 하얀색, 푸른빛이 도는 하얀색도 있구요. 연분홍빛이 은은하게 풍기기도 합니다.
분홍빛이 살짝 나는 매화는 섹시하기까지 합니다.
매화축제 기간인지라 음식 판매하는 곳들이 있었습니다.
저의 눈을 끄는 독특한 조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섬진강 벚굴입니다. 벚꿀아니고 벚굴. 섬진강에서 나는 굴이랍니다.
벚굴은 강굴이라고도 하는대요.
섬진강 하구에서만 자라는 자연산굴이랍니다.
다이버가 직접 들어가서 잡아야 한답니다.
벚꽃 피는 지금 시기가 제철이라 벚굴이라네요.
매실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봄기운 제대로 흡입할 수 있겠더군요.
농원에는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꽃이 좀 덜 피긴 했지만, 산책로를 거니는 기분은 상쾌했습니다.
매화농원이라면서 왠 대나무? 하시겠군요. 농원 뒷편을 대나무가 감싸고 있습니다.
대나무의 초록이 주는 느낌이 남다르지요.
대나무 숲 안으로 걸어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 대나무 숲은 영화 '취화선'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푸르름 가득 안고 하늘 높이 뻗어 있는 것이 마음까지 맑게 합니다.
전망대로 올라가봅니다. 멀리 섬진강도 보이구요. 매화꽃도 보입니다.
섬진강.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긴 강입니다.
섬진강이 주는 맑고 고요한 이미지가 좋습니다.
그 섬진강을 둘러싸고 봄이 되면 매화꽃이 피구요.
벚꽃도 피고. 배꽃도 피고. 녹차밭도 있고요.
가만히 눈을 감고 상상해보세요.
꽃으로 가득한 그 모습을 섬진강의 섬은 두꺼비 섬(蟾)자를 씁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강의 이미지와는 좀 안 맞죠?
고려시대에 섬진강 하구에 왜구들이 침입을 했는데,
두꺼비들이 떼로 나타서 울었다고 합니다. 왜구들이
이를 보고 도망갔다는. 뭔가 불길한 징조를 느꼈던 것이겠지요.
아담한 초가집이 보입니다. 실제로 사람이 사는 집이에요.
그래도 대청마루에 앉아서 쉬어가는 것을 두고 뭐라 하지는 않습니다.
저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돌담 너머로 섬진강의 모습이 넌지시 보입니다.
이날 비가 와서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신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살며시 상념에 젖어들게 되더군요.
들어가지 말라는 곳은 들어가면 안됩니다. 꽃이 이쁘다고 막 따도 안될 것이구요.
매화만 꽃이냐. 산수유도 피었습니다.
광양 매화마을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매화나무를 대규모로 심은 곳입니다.
1917년 율산 김오천 선생이 매화나무를 심은 것이 기원이라고 합니다.
포스팅 테마가 매화라면서 매화꽃을 제대로 못 보여드리고 있었군요.
위에서 보셔서 아시겠지만 산 능성이 쪽으로는 꽃이 덜 피었습니다.
그런데 강가로 내려오니까 꽃이 제법 많이 피었더라구요.
매화마을 사이사이 골목골목 지나면서 피어난 매화꽃들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가 진짜 꽃놀이 입니다.
곱습니다.
매화의 꽃말은 '고결', '끝내 꽃을 피우다' 입니다.
매화꽃에는 슬픈 전설이 담겨 있습니다.
젊은 청년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과 약혼을 합니다.
이 여인이 약혼한지 3일만에 병에 걸려 죽게 됩니다.
청년은 너무나도 슬퍼, 약혼녀의 무덤에서 슬피 웁니다.
청년의 사랑에 하늘이 감동을 했는지,
청년의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 나무 한 그루가 돋아났습니다.
청년은 그 나무를 집으로 갖고 와서 마당에 심습니다.
나무를 약혼녀의 넋이라 생각하고 일생을 나무만 바라보며 살았습니다.
나이가 되어 늙어 죽은 뒤로는 새가 되어 그 나무를 떠나지 않습니다.
훗날 약혼녀 무덤에서 핀 나무를 '매화나무'라 하였고, 새는 '휘파람새'라고 하였습니다.
매실은 매화나무의 열매를 말합니다. 매화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약 1500년 전에 들어왔다는군요.
매실은 동북아시아 한국, 중국, 일본에서만 자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부지방에서만 매실이 생산된답니다.
중부지방에도 매화나무가 자라는데, 나무가 꽃은 피지만 열매는 맺지 못한다네요.
매실 열매는 5~6월에 수확합니다.
매화마을 전경..
매실마을은 매실과 함께 밤나무도 많다는군요. http://maehwa.invil.org
비가 와서 물기를 흠뻑 머금고, 햇살이 짠 하고 비춰 준다면..
매화꽃이 더욱 활짝 피어날 것입니다.
남해안과 섬진강을 따라서 봄기운이 내륙 깊숙한 곳까지 올라올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춘래불사춘이라고 해도 봄은 옵니다.
봄을 즐길 준비가 된 사람에게는 꼭 옵니다. 여러분은 마음의 준비가 되셨는지요.
겨우내 움츠렀던 마음을 활짝 열어보세요.
매화꽃 향기와 더불어 사랑과 행복이 여러분에게 전해졌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