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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은 어디?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 목요일, 55년 만의 한파가 찾아왔다며 뉴스에서도 종일 주요 소식으로 이상 추위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었죠.

네, 바로 그 날입니다. 제가 이곳에 찾아간 날이. 강바람이 쌩쌩 불고, 녹지 않은 눈은 한 사람이 걸어갈 만큼만 겨우 치워져있네요. 거추장스러워 장갑까지 벗어버린 손이 꽁꽁 얼어 가는데 어쩐지 카메라를 놓을 수가 없습니다. 물 위로 흩뿌려지는 저 햇빛 가루 덕분일까요. 이 강추위에도 남한강은 얼지 않고 반짝이며 흘러갑니다. 그리고 그 강을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는 조용한 사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강변에 자리 잡은 절이라는 여주의 신륵사입니다.

지난 1월 17일, 미국 CNN의 여행전문 사이트 ‘CNN Go’에서는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선’을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CNN Go는 미국 유명 채널 CNN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인데요. ‘지역을 보고, 세계를 경험한다’는 주제로 세계 유명 여행지와 라이프 스타일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선’은 각종 여행 사이트와 블로그, 그리고 국내외 관광객들의 평가를 종합하여 선정되었는데요. 제주도의 성산일출봉, 충남의 꽃지해수욕장, 경남 진해의 가천 다랭이마을, 부산 광안대교, 전남 신안의 증도 염전, 울릉도 해안도로 등이 순위 안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주의 신륵사도 35번째 순서로 이름을 올렸네요.

 

 

신륵사는 절 안에 많은 보물들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Breathtaking View', 즉 '깜짝 놀랄만한 경치'를 가졌다는 이유로 선정되었다고 하는데요. 해외에서도 알아줄 만큼 아름다운 이 절이 이제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보물로 인정받은 셈이랄까요.

신륵사는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절입니다. 어느 날 원효대사의 꿈에 흰 옷 입은 노인이 나타나 신성한 연못을 일러준 후 사라졌답니다. 이에 원효대사가 우물 위에 절을 지으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7일 간 정성들여 기도를 바치자 그 우물에서 용 9마리가 승천하였고, 그 후에야 절을 지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지어진 절이 바로 신륵사라는 이야깁니다. 이 유래는 사실 정확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닌데요. 그만큼 이 자리에 절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만큼은 명백히 전해져 오고 있다고 하는군요.

절 곳곳에 소복이 하얀 눈이 녹지 않고 쌓여있습니다.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처마 끝에 매달린 투명한 고드름은 그곳이 원래 자기 자리인 양, 빛을 내고 있네요.

보물들도 굳건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신륵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는 ‘조사당’에서는 낡은 촌스러움 대신 오랜 세월을 품은 굳건함이 느껴지네요.

부서지고, 깨어진 모습 그대로 역사를 안은 채 세워져있는 ‘대장각기비’를 가린 지붕은 하늘을 곧 날기라도 할 기세구요.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고려 시대의 유일한 전탑이라는 다층석탑 역시 하늘과 잘 어우러집니다.

 

 

죽은 이의 극락왕생과 중생들의 안락을 도와준다는 아미타불을 모신 사찰의 메인 전각, 극락보전. 사찰 내 유일한 유형문화재인 이곳은! ...공사 중입니다. 저는 어째 절만 가면 죄다 공사 중이군요. 흑. 공사는 3월까지로 예정되어 있다네요.

여인의 버선코처럼 뾰족하게 솟은 지붕 끝에 강추위 속 모두의 안녕을 비는 마음을 살포시 올려 봅니다. 소망아, 강바람 타고 하늘로 높이, 높이 솟아라.

드라마 ‘추노’ 기억하시나요? 탄탄한 구릿빛 피부로 여심을 흔들던 대길이(장혁 분)가 좌의정과 송태하를 두고 흥정을 벌이던 곳, 신륵사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알려진 ‘강월헌’입니다.

옛 시인 묵객들이 쉬어가던 강월헌 정자에서 / 말없이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면
오늘도 스님의 넋을 달래 보려는지 / 바위틈에 붉게 핀 찔레꽃이 바람에 휘날린다.

정자에 올라 남한강변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절로 시인이라도 될 듯한 기분입니다. 어디 그럼 저도 한 수.

강물 위에 저 오리들 / 암수 서로 정답구나
외로울 사 이 내 몸은 / 뉘와 함께 돌아갈꼬.

응? 나 왠지 옛날에도 이 시를 읊은 적이 있었던 것만 같은데...

들어서는 첫 걸음부터 돌아 나오는 순간까지 아름답게 빛나던 설경 속의 신륵사. 하지만 신륵사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시려거든, 일기예보는 꼭 확인하고 가세요. 입 돌아갈 듯한 강추위에 아름다움을 즐기던 마음의 여유도 어느 샌가 꽁꽁 얼어붙더이다.

신륵사 외에도 경기도에서는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선’으로 총 네 곳이 더 선정되었는데요. 어떤 곳이 있는지 ‘CNN Go’의 추천 이유와 함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30위.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파주에 위치한 이 공원은 한국인들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다소 무서운 주제긴 하지만 바람개비나 대나무 숲 등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이기도 하다.


 

 

33위. 파주 심학산 꽃밭

심학산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모네의 그림을 보는 것과도 같다.
한국에서 양귀비를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곳으로 매해 6월 양귀비 축제가 열린다.

 

 

41위. 남이섬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이긴 하지만 관광객들은 그보다도 메타세콰이아 길을 걷거나 드라마 ‘겨울 연가’의 배용준과 최지우가 거닐었던 장소들을 재현하고 싶어 방문한다.
드라마는 끝난 지 오래지만 아직까지도 일본 관광객들과 한국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유명하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하나, 1940년대까지만 해도 남이섬은 섬이 아니었다. 청평댐이 지어지면서 비로소 섬의 모습을 갖추었다.


 

 

45위. 화성 방화수류정

방화수류정은 화성을 축조할 때 그 성곽 위에 꾸며졌던 정자와 누각 가운데 하나.
디테일이 정교한 건물로 뛰어난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보물로 지정되었고, 현재는 한국 전통음악과 시 그리고 공연 등을 즐길 수도 있다.


 

 

49위. 아침고요수목원

아침고요수목원은 가평에 위치한 수목원으로 원예학 교수가 처음 설립했다. 20가지의 테마로 이루어진 수목원은 총 5,000여 가지의 식물을 소개하고 있으며 3월 1일까지 루미나리에를 선보인다.

루미나리에를 선보이고 있는 현재 수목원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되며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루미나리에는 해가 지면 꺼진다. 루미나리에가 끝나면 수목원은 오전 8:30부터 운영된다.

티켓 가격은 주말과 휴일에는 8,000원, 4월부터 11월까지는 평일에 7,000원, 12월부터 3월까지는 6,000원이다.


“어디 갈만한 데 없어?”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해외 여행지는 줄줄 읊으면서도 정작 우리나라의 갈 만한 곳은 잘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죠. 다른 나라에서는 훌륭한 관광지가 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명소들,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 많다는 사실을 남들은 다 아는데 우리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혜택, 마음껏 누리세요. 아, 나만의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선’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글ㆍ사진 전로사 기자
명소 사진 출처: CNN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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