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이옥녀(46)씨는 노원구 하계동을 방문한다. 이 씨가 버스를 갈아타고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매일같이 오가는 이유는 그녀의 도움을 애타게 기다리는 구애경(55)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구애경 씨를 만난 이 씨는 능숙하게 차근차근 외출을 도왔다. 스킨을 바를 수 있도록 손바닥에 적당한 양을 덜어주는가 하면 다른 화장품도 사용할 수 있도록 순서대로 놓아줬다. 화장이 끝난 후 바지와 윗옷을 입히고 단추도 채워줬다. 머리손질을 돕는 것은 기본이다.
얼핏 보면 중요한 날 미용 서비스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이옥녀 씨의 직업은 좀 더 특별하다. 이 씨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이다. 활동보조인은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일환으로 혼자서 일상생활 및 사회활동을 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을 방문하여 신변처리, 이동보조, 목욕, 간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이옥녀 씨가 도움을 주고 있는 구애경 씨는 29세의 나이에 장애를 지니게 된 지체1급 장애인이다. 점차 걷기가 힘들어지더니 1년에 한번 씩 다리 마비가 오기 시작한 구씨는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난치병을 진단 받아 가슴까지 마비가 되었다.
“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하기 전에는 남편이 쉬는 날에만 외출할 수 있었어요. 주로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죠.” 구애경 씨는 활동보조인 이옥녀 씨를 만난 후 활동범위도 넓어지고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아졌다며 밝게 웃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자연스레 웃음도 늘고 표정과 생각도 밝아졌어요. 새로운 삶을 살 게 된 데에는 활동보조인의 역할이 가장 컸죠.” 구 씨는 연신 활동보조인 이 씨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외출뿐 아니라 식사 준비, 청소, 전반적인 가사 일에도 도움을 주다 보니 가족들의 부담도 많이 줄었다. 이는 구애경 씨의 미안한 마음도 덜어주었다. 그는 요즘 마음이 너무 편안하다고 덧붙였다. “예전에는 두 딸들이 저 대신 집안일까지 도맡아 해야 했어요. 학생으로서 공부하기에도 바쁜 딸들에게 저의 장애는 부담이었죠.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활동지원제도로 인해 무엇보다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어 편안해요.” 외출 준비 내내 연신 콧노래를 부르던 구 씨의 모습에서 요즘 기분이 어떤지 충분히 짐작이 가는 상황.
즐겁고 뿌듯한 것은 활동보조인 이옥녀 씨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좋은 일을 함과 동시에 일거리이기도 하니 저도 좋죠.” 봉사활동에 참여하던 중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소개 받아 보조인으로 활동하게 됐다는 이 씨는 먼 길을 왕복해야 하지만 일이 뿌듯해서인지 발길은 너무 가볍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미리 부른 장애인콜택시가 집 앞에 도착했다. 구애경 씨는 매일 오전, 집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한다. 운동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는 복지관에서의 시간은 구 씨의 일상 중 큰 즐거움중 하나. 이때도 이옥녀 씨는 구애경 씨의 옆을 지킨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 구 씨의 다리를 운동 기구에 고정시켜주는 등 옆에서 도와주는 주는 것부터 운동을 하는 것도 옆에서 도와 줬다. 구애경 씨는 장애를 딛고 당당히 홀로 서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동물적인 삶에서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해준 빛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고 컴퓨터도 배웠다고 했다. 최근 스마트폰 이용법을 배운 그는 최신스마트폰을 내보이며 자랑을 하기도 했다. 구 씨는 정보화 진흥원 소속의 장애인 방문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한 이후부터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컴퓨터도 배우고 강사자격증도 갖게 되었으니 이것이 기적이 아니고 뭐겠어요.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다는 것에서 얻는 행복감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어요.” 구애경 씨는 요즘은 사이버대학에 입학해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그에게 장애란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못하는 듯 했다. 활동지원제도를 오랜 기간 이용해온 사람으로서 구애경 씨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용자와 보조인간 갈등을 빚는 경우도 많다는 것.
“이용자의 경우 활동보조인에게 경우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말을 하는 장애인들 이야기를 들은 적이 많아요. 이용자들도 교육이 필요합니다. 보조인들의 경우에도 자신의 지정 이용자만 돕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이 있으면 언제든지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열린 마음으로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활동보조인 이옥녀 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일을 가려하는 보조인들도 있더라고요. 어려운 일은 맡지 않으려 하는 경우를 보면 참 안타깝죠. 이용자들의 경우에도 간혹 저희 역할이 아닌 부분까지 일을 시키고 부리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면 많이 힘들죠.” 구애경 씨와 이옥녀 씨는 이용자와 보조인이 서로 배려하고 따뜻하게 상대방을 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함께 가는 공동체잖아요.”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밝게 웃었다.
중증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가족 부담을 줄여 장애인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이용자와 보조인을 통해 경험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였다. 장애인활동지원은 만 6세 이상에서 65세 미만의 등록 1급 장애인이라면 소득수준이나 장애유형에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본인명의의 통장사본, 건강보험증을 구비해 주소지 읍·명·동 주민 센터 또는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직접 방문이 어려운 경우, 찾아가는 서비스를 지원한다. (www.ableservice.or.kr / 보건복지부 콜센터: 국번 없이 129, 국민연금공단 콜센터: 국번 없이 1355) 장애인 활동지원제도가 보다 많은 장애인들의 삶에 빛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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