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증
1. 혈우병성 관절병증(Hemophilic arthropathy)
혈우병성 관절병증은 혈우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입니다. 혈관 밖으로 나온 피는 관절 안에 고였다가 서서히 용혈이 되는데, 이때 용혈되는 피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들이 나와서 뼈를 파괴하게 됩니다.
특히 초기에는 활액막에 염증을 일으키는데, 염증이 생긴 활액막은 증식되고 손상에 약해져서 쉽게 재출혈을 일으키게 됩니다. 때문에 혈우병 환자의 활액막염은 즉시 치료되어야 합니다. 또 활액막염이 없다하더라도 일반 혈액농도의 50% 정도의 혈액에 4일만 관절이 노출되어도 연골의 합성이 감소하고 파괴가 증가됩니다. 이 때문에 혈우병 치료자들은 심한 관절출혈의 경우에는 관절에서 직접 피를 뽑아내는 시술받게 됩니다.
대개 어린 시절에는 뼈에 눈에 띄는 차이가 없을지라도 보통 15-25세 사이에는 혈우병성 관절병증이 뚜렷해집니다. 그러기 때문에 혈우병 환자는 평균 50년간 혈우병성 관절병증으로 고통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혈우병 중증 환자의 약 70%가, 중등증 환자의 약 40%가 혈우병성 관절병증에 이환되어 있습니다.
2. 항체(Inhibitor)의 생성
응고인자를 투여하면 일부 혈우병 환자는 이것을 내 몸의 성분이 아닌 것으로 인식하여 응고인자를 파괴하는 항체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치료 목적으로 투여한 응고인자가 항체에게 파괴되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항체는 단 한번의 투여에 대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지만, 가장 많이 생기는 시기는 4번 정도 투여를 했을 때입니다.
항체가 만들어진 혈우병 환자의 98%는 50번 투여하기 전에 항체를 만들어 냅니다. 중증 혈우병A 환자의 경우 항체 발생율은 15-50%(평균 30%)에 이릅니다. 경증/중등증 혈우병A의 3-13%에서 항체가 발생합니다. 중증 혈우병B 환자는 혈우병A에 비해 훨씬 적은 3.9%에서 항체가 발생합니다. 환자의 연령으로는 대부분 만 20세 이전에 응고인자에 대한 항체가 발생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응고인자를 맞았는데도 지혈이 안 되는 느낌이 드는 경우에는 즉시 항체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또 응고인자 투여 후에는 일정한 주기로 항체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널리 쓰이는 항체검사는 베데스다분석(Bethesda Assay)입니다. 이 검사는 항체의 중화능력(neutralizing activity)을 이용하여 항체를 측정합니다. 37℃ 수조에서 2시간(혈우병 A) 혹은10분(혈우병B) 혈장을 배양한 후 대조군 혈장의 50%까지 응고인자 활성도를 낮추는 항체의 양을 측정합니다.
베데스다분석 상 항체가가 5BU/mL 이상인 환자를 고항체 환자라고 칭하고, 그 이하를 저항체 환자라 칭합니다. 저항체 환자에게는 출혈 시에 먼저 응고인자를 대량으로 투여하는 ‘대량요법’을 시행합니다. 그러나 고항체 환자에게는 항체를 우회해서 지혈을 유도하는 우회제제(bypassing agent)를 투여하게 됩니다. 우회제제(bypassing agent)는 항체의 주된 표적이 되는 VIII 인자 및 IX 인자를 우회하여 지혈이 되도록 유도합니다. 응고인자 제제는 고가의 의약품이지만 특히 이 우회제제는 매우 비싸서 항체 환자의 치료에는 많은 경제적 부담이 따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체 환자에서의 우회제제의 지혈효과는 비항체 혈우병 환자에서의 응고인자 지혈효과 보다 약 20% 정도 떨어집니다. 따라서 응고인자에 대한 항체를 영구적으로 없애고 VIII 인자나 IX 인자로 지혈을 유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며 경제적입니다. 이러한 치료를 면역관용요법(Immune Tolerance Induction Therapy)이라고 하며, 그 성공률은 70-80%로 알려져 있습니다.
3. 감염
1980년대에 미국과 유럽에서 HIV와 HCV에 감염된 많은 혈우병 환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혈장유래 응고인자를 투여하고 발병한 것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고 이후 각국 정부는 응고인자로 인한 감염을 줄이기 위해 충실한 공여자를 선발했을 뿐 아니라, 단백질 순화과정을 통해 세균을 제거하였습니다. 적어도 16개의 바이러스가 혈액 제품을 통해 전염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바이러스 불활화 공정이 개발되었습니다.
90년 이후 용매-계면활성제(Solvent/detergent)법, 저온살균법, 나노 필터링이 개발되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인하여 90년 이후 혈장유래 응고인자를 투여 후 C형 간염, AIDS 바이러스가 감염된 사례는 없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 및 프리온 감염의 우려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90년대부터는 감염의 우려가 적은 유전자 재조합 제제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2003년 현재 70% 정도의 환자가, 영국은 광우병의 위험성 때문에 거의 100%의 환자가 유전자 재조합 제제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환자의 34% 정도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던 적이 있고, 약 12%는 현재도 보균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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