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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테마가 있는 여행] 동해 낭만가도의 정점, 강릉의 ‘헌화로’

 

"연한 녹색이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 녹음이 우거지리라 /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 밝고 맑은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 (피천득의 <오월> 중)

 


시인 피천득이 '원숙한 여인'같다던 유월이다. 시인의 예견처럼 수줍던 온 세상이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가며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초여름, 짙어져 가는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동해로 가자. 코발트블루 빛 바다가 고스란히 품안으로 밀려 들어 오는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면 당신도 낭만을 노래하는 시인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수로부인에게 꽃을 바치니

 

동해안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강릉은 강원도의 문화재 절반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은 도시다. 그중에서도 더위가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요즘에는 바라만 봐도 시원한 바닷가가 단연 인기! 물놀이가 부담스럽다면, 동해안을 따라 길게 뻗은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도 좋다.

삼척에서 속초로 이어지는 7번 국도는 이미 소문난 드라이브 코스다. 그중에서도 정동진을 지나 심곡항에서 금진항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낭만가도라는 애칭이 붙은 7번 국도의 정점이라 하겠다. '헌화도'라는 이름이 붙은 이 코스는 바위 위로 부서지는 푸른 바다와 조각해 놓은 듯 깎아지는 절벽의 빼어난 풍경은 물론이고 천 년 전부터 내려오는 전설까지 어우러져 있다.

'자줏빛 바위 가에 잡고 가는 암소를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삼국유사」에나오는 '수로부인'의 이야기 가운데 어느 노인이 수로부인에게 꽃을 바쳤다는 '헌화가'의 장소가 바로 이 곳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짙은 바다와 하늘, 길과 사람이 모두 한데 어우러지는 착각에 빠진다.
특히 헌화로는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절벽의 풍경이 일품이다. 절벽에는 쑥부쟁이며 들국화 같은 꽃들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도로가 구불구불해 시원하게 질주하는 드라이브의 맛은 없지만 모퉁이 너머의 풍경을 기대할 수 있는, 더 즐거운 재미가 있다. 드라이브를 하다가도 가끔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려 바위 위에 부서지는 파도를 더 가까이 감상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여행 포인트다.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인도가 잘 되어 있어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감상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아, 혹시 곁에 있는 이가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미리 준비해 간 꽃 한 송이를 슬며시 건네 보자.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여기는 헌화로, 연인을 향한 깊은 마음을 닮은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사랑은 원래 유치하다.

 

 

 

바닷가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

 

강릉 커피거리 시원한 바닷가를 달려 사랑고백까지 마쳤다면 이제 이야기를 나눠야 할 시간이다. 해안도로를 벗어나 강릉 시내에 도착해 우선 커피거리를 찾아가자. 코발트 블루빛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 솔향 가득한 소나무밭으로 유명한 강릉의 바닷가 마을은 커피향으로 에워싸여 있다. 물론 요즘은 작은 도시에도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가 골목까지 점령했다지만 강릉은 어딘가 다른 구석이 있다.
강릉시에서 '커피도시, 강릉'을 내세우는 만큼 해안도로를 따라 조성된 커피거리에는 커피를 직접 볶아 쓰는 로스터리 커피숍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강릉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바닷가에 앉아 부서지는 파도를 감상하며 바리스타가 아침에 갓 로스팅한 원두를 손수 내린 커피를 우아하게 즐길 수 있다. 뿐만인가, 강릉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업을 목적으로 하는 커피 나무를 재배해 수확했고 관광객들을 위해 개방된 커피농장도 있다.
이왕이면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꽃향기와 어우러지는 소나무 향기, 균형 잡힌 깨끗함과 입안을 스치는 산미'를 즐길 수 있는 에티오피아 짐마 예키를 주문해보자(로스터리 커피숍에서는 대부분 커피명과 특유의 향과 산미를 설명해준다).

 

해안도로를 따라 카페가 줄지어 들어선 커피거리 외에도 강릉 곳곳에는 커피 고수들이 숨어 있다.
커피 마니아들은 국내 최고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강원 강릉시 영진리에 있는 '보헤미안'을 꼽는다. 보헤미안은 한국 커피계의 '초절정 고수'로 불리는 '1서(徐) 3박(朴)'중 한명인 박이추(56) 씨가 운영하는 곳. 전국에 퍼져 있는 100여곳의 로스팅 업소 중 상당수가 제자임을 자처하며 '1서 3박'을 '선생님'으로 떠받들고 있을 정도라고. 보헤미안과 더불어 커피도시 강릉에서도 손꼽히는 커피전문점인‘테라로사’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커피전문점은 고사하고 다방도 없을 것 같은 시골 마을에 자리한 테라로사는 늦은 밤 풀벌레 오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즐기는 새로운 낭만을 선사한다.
매일 로스팅 하는 신선한 커피와 커피나무가 가득한 온실, 밤나무 숲이 우거진 테라로사에서는 솜씨 좋은 바리스타들이 커피가 지닌 고유의 맛과 향을 핸드드립으로 뽑아낸다. 그래서 커피3종을 맛볼 수 있는 커피 테이스팅 메뉴가 단연 인기다. 내부에 진열된 각종 찻잔과 소품들도 눈을 즐겁게 한다.

 

 

- 본 기사는 '소비자를 위한 열린마루 2012 (5+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웹진의 다양한 기사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식약청 웹진 ‘열린마루’ 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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