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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아! 어지러워... 혹시 빈혈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지럼증이 생기면 가장 먼저 ‘빈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는 일이 다반사. 때문에 현기증이 생기면 영양부족이라는 생각에 철분제나 영양제를 먹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어지럼증의 원인이 빈혈에 의한 것이라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어지럼증 간과하다가는 큰일

 

“주변이 빙글빙글 돌아요.”
“균형을 못 잡고 쓰러질 것 같아요.”
“아찔하게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는 환자들이 어지러움을 이유로 병원을 방문할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들이다. 일반적으로 어지러움은 생리적인 어지러움이거나 양성 경과를 밟는 경우가 많지만, 드물게 중한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어지러움의 특징에 따라 원인이 되는 질병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본인의 증상에 대한 세밀한 표현이 의료진의 진단에 도움이 된다.
우선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양상의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경우다. 이런 어지럼증을 현훈(vertigo)라는 일컫는데 이는 주로 전정성 어지럼증을 의미한다.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 신경의 이상으로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전정신경 핵의 이상인지(중추성) 미로나 전정신경의 이상인지(말초성)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참을 수 없게 그 정도가 심하며, 구토나 오심을 흔히 동반하고, 몸이나 머리를 움직일 때 더 어지러우며 이명이나 청력 감소 등을 호소할 경우 말초성 어지러움에 더 적합하다. 말초성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으로는 메니에르병이나, 전정 신경염, 또는 양성 일과성 체위성 현훈(BPPV)과 같은 질환들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신경학적 이상 징후(구음장애, 보행장애, 감각 이상, 복시 등)를 동반하거나 뇌졸중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고혈압, 당뇨, 이전의 뇌졸중 과거력 등)에는 중추성 질환(뇌간이나 소뇌의 경색, 종양, 탈수초 질환 등)을 감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가까운 병원을 방문하여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두 번째로 균형을 못 잡고 쓰러질 것 같은 어지러움이 있다. 균형 장애(dyse-qulibrium)라 일컫는데,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증상이 없으나 서거나 보행 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비틀거리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술 취한 것 같다든지, 휘청거린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어지러움은 고유 감각 기능의 이상으로 발생하며 말초신경, 척수, 뇌간, 소뇌 및 전두엽을 침범하는 여러 가지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다.

 

 

증상에 따라 질병 제각각, 정확한 진료는 필수
세 번째로 의식을 잃을 것 같은 어지러움이 있다. 흔히 실신성(presyncope) 어지럼증이라 일컫는데, 눈앞이 깜깜해 지면서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을 주로 호소하게 된다. 실신성 어지럼증을 앓는 사람의 경우 숨어 있는 부정맥이 있거나 심장이나 목 동맥 혈관이 좁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 방치하면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고령이거나 혈관 질환의 위험인자(흡연,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가 있는 경우 전문가를 찾아 심장과 뇌혈관계 이상을 평가해야 한다. 또한 갑작스러운 체위변경으로 인해 유발되는 기립성 저혈압이나 혈관성 미주신경성 발작 등과 같은 질환에 의해서도 실신성 어지러움은 나타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붕 떠있는 느낌이나 머릿속이 도는 것 같다는 비특이적인 어지럼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다. 기본적인 검사를 통해 기질적인 원인이 배제된다면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우울증, 신체화 장애 등과 같은 정신과적 질환을 감별해야 한다.
사실 흔한 증상이지만 어지러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은 어지러움의 강도가 양호한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의료진이나 환자 모두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기에 십상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경우에 따라 신경과적인 응급질환에 의한 증상일 수 있으므로 신경학적 이상이 관찰되거나 혈관 질환의 위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전문가의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글_임현지 (서울 백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