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부자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없을 것입니다. 외환위기 사태 이후 경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테크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었습니다.
재테크는 일본인들이재무(財務)와 기술(technology)이라는 말을 합성해 만든 말입니다. 재테크, 풀어 말하면 재무 상태를 늘리는 기술인데 그러면 이 분야를 연구하는 경제전문가들은 과연 어떤 재테크 방법들을 알고 있을까요?
최근 ‘돈 좀 굴려봅시다’라는 책을 발간한 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박사를 만나 20년 동안 경제전문가로 일하면서 쌓은 경험과 돈 좀 굴리는 법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Q.
현재 국민은행 수석 경제전문가로서 활동하고 계신데, 하시는 일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총 3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경제를 전망하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KB금융그룹과 거래를 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재무담당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거래처에서 어렵고 중대한 투자결정을 할 때 필요한 자문들을 해줍니다. 세 번째는 은행 내에 있는 파생상품 마케터들에게 조언을 해 주는 일을 합니다. 미래를 100% 예측할 수는 없지만 내·외부 고객들에게 향후 경제동향과 미래 전망 등 대략의 시나리오를 짜 주는 거죠. 예를 들어, 유럽정상회담에서 통화 공급 확대정책을 쓰기로 했다면 이것을 호재로 봐야 하는지 등을 고객들에게 맞춰 컨설팅 해주고 있습니다.
Q.
사학과를 졸업하셨는데 경제전문가의 길로 접어든 계기가 있었는지요?
A.
어려서부터 역사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집이 공교롭게도 도서관 옆이었어요.
그래서 학창시절에는 거의 도서관에 묻혀 지냈습니다.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문자중독’이었어요. 특히 중국 역사와 한국 역사의 관계에 관심이 많아서 역사학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패기만만하던 저한테는 우리나라 국내 역사학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실증사학이나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론 등 여러 가지 이슈들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것을 해소할 방법이 없을까 공부하다 보니 경제와 역사가 결합된 경제사를 공부하게 됐고, 이쪽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조상들이 어떻게 생계를 유지했는지, 더 나아가 조선은 왜 일본과 달리 빨리 근대화를 하지 못 했는지, 어떤 장벽이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죠. 역사학의 여러 가지 문제들 특히 실학사상의 한계 등에 대한 고민들 속에서 경제사를 공부하자고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역사는 아이들에게 역사학 교실을 열어서 가르쳐 주는 등 취미로 즐기고 있습니다.
Q.
20년 동안 경제전문가로 계시면서 누구보다 한국의 경제를 잘 지켜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경제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흘러갈지 전망하신다면?
A.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우리나라는 내수 위주의 경제성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장 및 내수 소비시장이 전부 해외에 개방되었고 경제 전체의 변동성이나 경쟁의 압력이 예전보다 심해졌습니다. 이런 경쟁 속에서 내수경기가 침체되어도 세계경제를 호령하는 거대 기업들이 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즉, 내수위주의 성장에서 수출위주의 성장, 안정적이지만 점점 한계가 보이고 있었던 경제 환경에서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면서 살아남은 자들이 더욱 강해지는 환경으로 바뀌어져 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경제를 예측해 본다면 인구구조와 관련된 것으로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경제성장률의 둔화입니다. 한 해 100만 명 이상이 태어났던 베이비 붐 세대들이 2020년경까지 대거 은퇴하리라 예상되는데, 이 분들이 은퇴를 하면 질 좋은 노동력이 부족해지게 됩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또 경제성장률도 둔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이 많이 발전했다는 점도 큰 변수가 됩니다. 우리나라의 5대 수출산업인 전자·자동차·철강·조선·화학이 중국의 주력산업과 겹칩니다. 중국은 10여 년 전만해도 섬유·의복·신발·가발·완구가 주력산업이었습니다. 중국이 그만큼 고성장, 공격적인 투자를 해온 것입니다. 중국이 우리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Q.
직장인들, 투자자들이 재테크를 할 때 유념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A.
첫 번째는 무조건적인 장기투자의 원칙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장기 투자한다고 무조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외환시장이라는, 굉장히 변동성이 심한 외부 충격요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등 해외에서 발생했던 충격에 의해 우리나라 환율이 급등하고 외국인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해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우리나라 주가, 채권을 비롯한 대부분의 자산들이 한꺼번에 같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겪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주기적으로 해외 충격에 영향을 받으므로 항상 해외의 경제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고 자산 배분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자산의 배분을 한국 주식에 6, 미국 채권에 4의 비율로 나누기를 권합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변동성이 큰 만큼 리스크도 크고 또 기대할 수 있는 수익도 큽니다. 불안정한 기업들이 상한가도 잘 치고, 하한가도 잘 칩니다. 그러니 한국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장기적인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으니까요. 다만 그 돈을 찾으러 갔을 때가 최저점이면 위험합니다.
그래서 우리 주가가 폭락할 때,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폭등하는 대외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미국 국채 또는 독일 국채 등 선진국의 채권, 특히 국채입니다. 왜냐하면 외국의 기업채권들은 우리나라의 주가가 폭락할 때 같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1987년 우리 시장이 외국에 개방된 이후 한 30~40년에 걸쳐 일어난 주가 변동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주가가 급등할 때 미국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한국 자산에만 투자하려고 애쓰지 말고, 글로벌 자산 특히 선진국 자산에도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돈 좀 굴려봅시다
Q.
최근 ‘돈 좀 굴려봅시다’ 책을 발간하셨습니다. 어떤 내용을 담았나요?
A.
경제의 이해없이 투자에 나서 실패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재테크를 하시는 많은 분들이 부동산에 집중을 합니다. 예전에는 빚을 내서 부동산에 투자를 한 사람들이 수익을 많이 얻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농경사회의 뿌리가 깊은 까닭에 사람들이 자기 땅, 자기 집에 대한 애정이 컸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2006년 이후 부동산 시장은 6년째 실질주택가격 기준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낮다는 것은 빚을 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수익률을 내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초조해져서 주식에 투자를 하게 됩니다. 부동산 투자 후 남은 적은 금액으로 일확천금을 기대하다 보니 개별 테마주, 정치 테마주에까지 투기 바람까지 불고 있습니다. 주식이 일확천금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를 하고 전략적인 포트폴리오를 전혀 짜지 않죠. 그래서 부동산에만 집착하지 말고 금융자산을 주식과 해외 채권 쪽에 잘 배분해서 부동산시장에서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복구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짜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매일 노심초사하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주가를 체크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자는 것이죠. 간략하게 이러한 내용들을 담았습니다.
Q.
그렇다고 해도 일단 굴릴 돈이 있어야 투자가 가능할 텐데요, 종자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첫 번째는 저축을 많이 해야겠죠. 두 번째는 자기투자를 많이 해서 근로소득을 높여 나가는 것입니다. 저축을 많이 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줄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계의 소비지출을 살펴보면 40%가 의식주입니다. 이건 필수이기 때문에 조정이 불가능하겠죠. 그렇다면 나머지 60%에서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 중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교육비와 통신비입니다.
교육비 지출은 어떻게 보면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통신비 지출은 조금만 노력하면 줄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비중이 2~3%밖에 안 되던 것이 이제는 10~15%정도로 늘어났습니다.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통신비는 조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니콜라스 카가 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는데요, 인터넷과 스마트폰 세상으로 접어들면서 인간은 옛날보다 생각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우를 범할 때가 많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스마트한 세상에 적응하며 사는 것도 즐겁고 행복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우리 세상에 저해가 된다면 깨끗하게 접을 필요도 있다는 것입니다. 차 대신 자전거 타고 다니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건강도 챙기고 절약과 저축을 하자는 거죠. 스마트폰 굳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안 써도 됩니다. 그걸 안 쓴다고 세상의 낙오자가 되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Q.
부자를 꿈꾸는 한국의 직장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A.
제가 좋아하는 책 ‘프레임’에 좋은 말이 나옵니다.
지혜가 무엇인가 하는 것인데, 지식은 많이 배우는 것이지만 지혜는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이라는 거죠. 한 마디로 재테크를 할 때 사람들은 자신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주식을 자주 매매합니다. 그러나 매매를 자주한 만큼 수익률이 뛰어났느냐를 살펴보면 그건 아니라는 거죠. 수수료조차 못 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로소득이나 상속자산 외에 재테크를 통해 큰 수익을 얻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것이 현실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깨달은 뒤 일확천금을 통해 부자가 될 생각을 버리고 합리적으로 돈을 배분하고 우리나라 경제를 잘 인지해서 꾸준히 기다리며 수익을 창출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부자가 되는 길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Q.
끝으로 앞으로의 홍춘욱 박사님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인구변화에 따른 경제공부를 그동안 해 왔는데, 6년 전에 제가 써낸 ‘인간변화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라는 책은 미국 베이비붐 세대에 대해 언급한 책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한국에도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다가오고 있으니 한국 베이비 붐 세태의 은퇴가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 구상 중입니다. 또 미국에서 발간된, 흥미로운 경제관련 책이 있어 이것을 번역하는 작업도 해 볼까 합니다.
이 세상에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경제전문가 홍춘욱 박사의 투자 노하우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확천금을 바라며 조바심치며 빨리 수익이 나길 바라기보다는 넓게 그리고 멀리 세계경제를 바라보는 눈을 기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