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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두 바퀴 여행] 강원도 영월 동강 자전거 여행기

 

 

육지 속의 섬을 가다

 

강원도 남쪽의 '영월'은 한 때는 '육지 속의 섬'이었다. 조선 시대 세조가 눈엣가시인 단종을 이곳으로 유배시킬 만큼 영월은 고립무원의 상징이었다. 산도 높고 골도 깊고 물도 맑은 영월. 오래전 '큰맘'먹어야 갈 수 있었던 영월은 이제는 더는 육지 속의 섬이 아니다. 영월을 동서로 관통하는 38번 국도가 영월을 빠르게 외부와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세월의 먼지를 털어내고, 고속화된 38번 국도
의 수혜를 받고 있는 영월이지만, 곳곳에는 '육지 속의 섬'시절의 모습이 남아 있다. 그 모습을 그리워 뭇사람들이 영월을 찾고 있다.

 

 

 


영월의 맛을 느끼다

 

자전거를 싣고 영월을 찾는 차량 대열에 합류한다. 넓고 시원한 길을 따라 2시간여를 달려 영월역 앞에 도착하니 아담한 한옥형태를띤 역사(驛舍)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고즈넉한 영월역과 달리 역 주변은 생동감이 넘친다. 새벽부터 영월을 찾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영월 나들이의 들머리로 삼기 때문이다. 길손 대부분은 역 앞 식당가에서 '올뱅이국(다슬기국)'을 먹는 것으로 영월 기행을 시작한다. 시끌벅적한 틈에 섞여서 투박해 보이는 한식당으로 들어가 '올뱅이국'을 주문한다. 동강에서 직접 잡은 다슬기(영월사투리로올뱅이)로 끓인 올뱅이국은 담백하면서도 개운하다. '육지 속의 섬'시절부터 간직한 영월의 순수함이 '올뱅이국' 한 그릇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강을 만나다

 

영월을 중심으로 서쪽에서 흘러오는 강은 '서강', 동쪽에서 흘러오는 강은 '동강'이라고 한다. 남한강의 지류인 이 두 강은 영월에서 만나서 단양을 거쳐 서울로 향한다. 동강은 정선에서부터 제법 깊은 골짜기를 여러 겹 휘감으며 남서쪽으로 흐른다. 심산유곡을 얼싸안은 동강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여러 오지마을을 품고 있다. 동쪽으로 뻗은 길을 따라 영월역 중심가를 벗어나니 봄 햇살이 물 위로 내려앉은 동강이 자전거 여행자를 반긴다. 물소리는 잠잠하지만 흐르는 모습만큼은 시원하다. 산이 있으면 뚫고 지나가는 길과 달리 강은 산을 만나면 부드럽게 감싸 안고 흐른다. 그래서 동강은 여러 개의 'S'를 그린다. 계속되는 곡선 때문에 자동차가 달리기에는 제법 신경이 쓰이는 길이지만, 자전거가 적당히 속력을 내며 달리기에는 그저 그만이다.

 

 

 

달리다 보니 어느새 동강의 백미인 '어라연(魚蘿淵)'에 도착했다. 어라연은 여러개의 모래톱과 바위섬이 솟은 곳으로 영월에서 가장 신비로움에 감싸인 계곡이다. 또한, 영월에서 한 많은 삶을 마감한 단종이 신선이 되어 머물고 싶어 했었다는 전설을 품은 곳이기도 하다. 어라연을 뒤로하고 조금 더 가다 보니 산자락에 '회양목'이 눈에 들어온다. 정원수와 도장 재료로 널리 쓰이는 회양목은 새마을운동이 절정이었던 시절, 도시의 정원수로 꽤 인기를 끌었던 역사를갖고있다. 동강 옆바위 틈에선 여러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동강할미꽃'을 앵글에 담느라 정신없다. 동강할미꽃은 동강 근처의 석회암 바위에서만 자생하는 우리나라 토종 꽃이다. 하지만 이곳 동강 옆에 자라는 동강할미꽃은 이곳 사람들이 심어 놓은 재배된 꽃이라고 한다.
잠시 자전거를 세워 놓고 바위에 서서 발아래 흐르는 동강을 내려 다본다. 물길은 골짜기 사이를 끊임없이 굽이친다. 봄볕을 그대로 빨아 드린 강은 흡사 여러 개의 무지개를 겹쳐 놓은 것처럼 형형색색으로 반짝거린다. 봄 햇살을 머금은 동강은 마음의 비타민이라 칭하고 싶다. 훗날 이곳을 다시 찾아도 마음의 비타민이 유효하길 간절히 소원해 본다.

 

- 본 기사는 '소비자를 위한 열린마루 2012 (3+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웹진의 다양한 기사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식약청 웹진 ‘열린마루’ 를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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