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두 눈을 감을 때면
불어오는 바람 싱그러운 그 향기
광릉수목원 길을 따라
남한강변에도 나무들은 푸르러
지난해 탄생한 경기도 노래 <난 여기에 있네> 가사 중 한 구절인데요. 그 유명한 ‘광릉수목원’이 등장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사실 광릉수목원에 대해선 말만 많이 들었지 실제론 가본 적이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에겐 아직 미지의 공간일 뿐이었죠. 태풍이 지나가고 일주일 뒤인 지난 6일 눈부신 가을햇살과 함께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그곳을 찾았습니다.
남양주 진전읍에서 광릉이 위치한 포천시 소홀읍까지 이어지는 길은 노래 가사처럼 정말 울창하고 푸르른 나무들이 가득했는데요. 도로변에 위치한 수백 년 이상 돼 보이는 수목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더군요.
입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상쾌한 공기가 가슴으로 스미는 게 느껴집니다. 벌써부터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이때 제 몸이 잠시 환각상태를 보입니다.
친구들의 손을 잡고 놀러 온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 건데요. 아마 80년대 후반 어느 날 유치원 동료들과 단체로 소풍을 왔던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20여년의 기억이 다시 돌아오는 순간이었습니다.
Ⅰ 15개 전문전시원 3000여종의 식물 … 모두 돌아보는 데만 3시간
1987년 개원한 광릉수목원의 현재 공식명칭은 국립수목원인데요. 지난 1999년 5월 국립수목원으로 승격됐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광릉수목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이름은 국내 유일의 ‘국립수목원’인 겁니다.
포천시 소홀읍 직동리에 위치한 국립수목원은 광릉숲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습니다. 면적은 무려 1,118ha에 이르는데요. 약 300만평의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가 수 천 명에 달하는 관람객들의 산소샤워를 가능케 해 줍니다.
참고로 국립수목원을 한 바퀴 제대로 둘러보려면 3시간이 넘게 소요되니 시간 넉넉히 잡고 오세요.
국립수목원의 전체 면적 중 1,018ha는 자연림으로 100ha의 공간에 전문전시원, 산림생물표본관, 산림동물원, 난대온실 등이 조성돼 있는데요. 전문전시원의 경우 식물의 특징이나 기능에 따라 15개의 테마공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곳에 식재된 식물만 3,344종. 때문에 일반 관람객뿐만 아니라 식물 전공학과 학생들과 전문가들에게도 뛰어난 현장학습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는군요.
전문전시원은 관상가치가 높은 나무를 모아 배치한 관상수원, 꽃이 아름다운 나무를 모은 화목원, 습지에 생육하는 식물은 모아 놓은 습지식물원 등 15개의 공간으로 구분돼 있어 하나하나 둘러보는데 전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답니다.
Ⅱ 500여년 이상 보전된 광릉숲의 위엄 … 유네스코도 인정
국립수목원의 자랑 가운데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광릉숲의 존재가치입니다.
수목원이 자리한 광릉숲은 조선조 제7대 세조대왕이 묻힌 광릉의 부속림 중 일부로 500여년 이상 엄격하게 관리해 온 곳인데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는 과정에서도 임업시험림으로 철저하게 보호 관리돼 왔다고 하네요.
5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광릉숲에는 총 5,710여종의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는데요. 대표적인 희귀종으로 광릉요강꽃, 하늘다람쥐, 장수하늘소, 까막딱다구리 등 20여종의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단위면적당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설악산(1982), 제주도(2002), 신안 다도해(2009)에 이어 국내 4번째로 선정된 것과 함께 수도권 지역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데요. 앞으로 해당 지역은 핵심지역, 완충지역, 전이지역의 3개 구획으로 구분돼 체계적으로 관리된다고 합니다.
Ⅲ 동양 최대규모 산림박물관 vs 국내 최대규모 유리온실
국립수목원에서는 동양에서 가장 큰 산림박물관과 국내 최대 규모의 유리온실 연구시설을 만나볼 수도 있습니다.
1987년 4월 5일 개관한 산림박물관은 지하1층 지상2층 규모로 총 4,617㎡(1400평)의 건축면적을 자랑하는데요. 산림과 임업에 관한 자료의 수집과 교육 및 현장학습, 표본 분류·동정, 수장, 전시 및 연구를 목적으로 건립됐다고 합니다.
특히 잣나무, 낙엽송 등의 광릉산 국산재를 사용해 축조한 내부와 백제시대 벽화인 산수문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시 새긴 외부 벽이 눈에 띕니다.
박물관 내부에 들어가면 우리나라의 주요 조림수종인 소나무와 전나무, 참나무류를 비롯해 대표적인 외국수종인 미송 등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대형의 나무 원판과 줄기를 그대로 전시해 놓고 있기 때문에 나이테와 나무껍질의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2층 전시실부터 본격적인 전시가 이뤄지는데요. 고대시대부터 현재까지 산림의 역사를 시대별로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을 시작으로 목재의 가공과 이용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는 곳과 환경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코너까지 다양한 테마의 전시가 마련돼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오면 교육에도 매우 좋을 것 같더군요.
산림박물관 바로 옆에 위치한 ‘열대식물자원 연구센터’는 국내에서 가장 큰 유리온실로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열대 및 아열대식물 3,000여종을 해설사의 해설과 함께 직접 관람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세계적 희귀식물인 벨빗치아 등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국제거래협약(CITESWFF)에 포함된 1천100여종의 식물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인기가 매우 뜨겁다고 합니다.
지난 2009년 건립된 이곳은 원래 개방을 안 했다가 올해 4월부터 11월 30일까지 하루 4회(1회 25명 선착순)만 관람객에게 문을 열고 있다는데요. 오전 11시, 오후 2·3·4시에 각각 개방한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Ⅳ 100% 사전 예약제 …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 가능
국립수목원에 오기 전에 한 가지 꼭 알아야 할 점이 있다면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곳은 다른 수목원과 달리 100%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평일 5000명, 주말 3000명으로 관람객 숫자를 제한하고 있다는군요.
예약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하네요.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광릉수목원 당시 주말에 1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찾아 숲이 많이 훼손되고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립수목원 개원과 동시에 사전 예약제를 도입하게 된 건데요. 도입 후 초기엔 혼선도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질서 있게 잘 운영되고 있다는군요.
저도 국립수목원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하고 방문했는데요. 생각보다 절차가 간단했습니다. 먼저 가고자 하는 날짜를 지정하면 잔여인원이 나오는데, 인원이 남아 있을 경우 관람인원을 선택한 뒤 휴대폰 인증을 마치고 바로 ‘예약하기’를 누르면 됩니다.
결제방법도 다양해 신용카드나 핸드폰 등 모두 가능한데요. 주말의 경우 예약자가 몰리기 때문에 되도록 미리 예약을 해야 무리 없이 갈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국립수목원은 이처럼 예약시스템을 시행하기 때문에 쾌적한 관람을 할 수 있다는 게 또 하나의 매력입니다. 입장료도 성인기준 1,000원에 불과하구요.
가을바람이 제법 불기 시작한 요즘. 소중한 사람과 함께 국립수목원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가을 추천 여행지, 나들이·데이트 코스로 최적의 장소랍니다.
국립수목원
- 개원일 : 화요일 ~ 토요일
- 휴원일 : 일 · 월요일, 1월1일 · 설 · 추석연휴
- 입장시간 : 4~10월 - 09:00~18:00 / 11월~3월 - 09:00~17:00
- 입장료 : 어른 1,000원 / 청소년 700원 / 어린이 500원
- 문의: 031-540-2000
- 국립수목원 홈페이지 바로가기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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